별과 숲은 가까운 곳에 있지
봄부터 시작한 오현고 사피엔스 클럽은 과학을 좋아하는 과학도 학생들의 책 읽기 모임인데 인문학을 좋아하는 내가 이 클럽과 함께했다. 이렇게 낯설지만 근사한 조합은 평소 과학을 좋아하는 학생들의 세계관에 대한 궁금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학생들도 나도 과학과 인문학의 경계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참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과학과 인문학을 만나게 해주는 매개체가 필요한데 책과 사람이었다. 책을 선정하는데에 많은 공력이 들어갔다. 과학자이면서 인문학적 소양이 깊은 멘토를 학생들에게 연결시켜주고 싶은 마음에 도서관에 가서 서고를 많이 뒤적거렸다.
“알면 사랑하게 된다.”는 최재천 교수님의 책을 읽자고 제안했고 머지않아 최재천 교수님을 만나 뵐 수 있다면 기적이 이루어진거라며 학생들의 동기와 의욕에 살며시 마음을 담았다. 출간 한지 얼마 안 된 「최재천의 공부」(최재천,안희경)을 첫 책으로 읽으며 공부에 대한 철학과 근본을 단단하게 채웠고 「다윈의 사도들」(최재천)을 읽고 최재천 교수님이 들려주는 다윈주의와 진화론에 대한 공부로 확장하고 심화했다. 그 중 이기적 유전자의 도킨스와 최재천 교수님과의 만남이 참 인상깊었다. 최재천 교수님은 과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를 권해준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우리도 함께 읽어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이기적 유전자를 함께 읽기 시작했다. 명불허전 고전의 책인만큼 한문장 한문장 밀고가는데 밀도가 깊었다. 나는 인문학도라 글을 읽을 때마다 나오는 개념이 어려운 것이 많았는데 사피엔스 학생들의 설명을 들으며 사이사이에 간극을 채울 수 있었다.
학생들은 친구들에게, 선후배들에게 배우며 어느덧 다정하고 지적인 시간을 켜켜이 쌓아갔다. 학생들의 맑은 노력을 어떻게 확장해줄까 고민하다 타학교 학생들과의 토론으로 확장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획되지 않은 활동이었지만 우연한 배움의 장에서 만나는 것이 진정한 배움이라는 생각에서 빠르게 밀고 나갔다. 신성여고에서 이미 이기적 유전자를 읽은 동아리가 있다는 정보를 듣고 담당 선생님께 섭외전화를 드렸는데 흔쾌히 제안을 받아주셨다. 이렇게 오현고등학교 학생들 30명과 신성여자고등학교 30명이 만나기에 이르렀다.
장소성이 주는 의미를 너무 잘 알고 있기에 낯선 학생들과의 만남을 환대해줄 수 있는 공간을 찾고 싶었다. 아이들이 많이 오고 가는 학생문화원 옆 별이 내리는 숲 도서관은 어떨까 생각하며 전화를 걸었다. 사서 선생님께 상황과 사정을 말씀드렸다. 천천히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환대로 화답해주셨다. 이름에 걸맞게 학생들에게 좋은 가치를 선물처럼 내어주는 시민의 도서관이었다.
설레는 마음과 긴장감이 감도는 당일, 빠르게 별이 내리는 숲 도서관 다목적실로 갔다. 통창에 비추어지는 햇살로 공간의 여유를 확보한 것이 인상깊었는데 넓고 안정감 있는 공간도 우리에겐 또 하나의 설레임이었다. 낯선 분위기는 학생 사회자의 아이스브레이킹으로 금세 해소되고 학생들은 오랜만에 만난 다양함이라는 주제에 맞게 토론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각 학교 선생님들과 도서관 사서선생님들이 있었다. 토의의 대주제는 학생들이 심층적으로 읽었던 이기적 유전자에서 진화론이란 개념을 끌어내고 저출산을 연결시킨 “진화론적 관점에서 본 저출산 현상”에 관한 것이였는데 이 주제를 남학생과 여학생이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의 의미는 실로 대단했다. 책상에 앉아 지식을 이해하고 문제집을 푸는 차가운 배움에 지친 학생들이 자유로운 공기에 부유하며 배움의 진정성을 알아봤던 경험이었다.
마지막에는 오현고 학생들이 준비한 책 선물 코너가 있었다. 학생들이 유년시절에 읽었던 책을 신성여고 학생들에게 소개하고 마음에 드는 책을 신성여고 학생이 골라서 가져가는 형태였는데 학생들의 다정한 학생들이 눈빛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친구에게 줄 책 선물을 고르러 서점에 갔던 친구, 유년 시절에 읽었던 책을 찾기 위해 책장을 뒤적였던 친구, 친구가 소개한 책 중 어떤 것을 고를까 고심하는 친구들의 모습에서 존재에 대한 생각으로 마음이 뭉클했다. 그날의 환대의 경험은 학생들에게 넓은 인품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는 길이 되었을 거라고 믿는다.
행사의 기념사진을 남기기 위해 학생들에게 중앙 계단으로 가자고 했다. 브이, 꽃받침 등 다양한 제스쳐를 하며 웃음을 띈 학생들을 바라본다. 별이 내리는 숲처럼 별도 숲도 먼 곳에 있지 않았다.
ohyun sapiens club _ tutor 강영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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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 승호와 현승이는 평소에 유머가 있고
똑똑한 친구들,
승호가 앞구르기를 하며 등장하겠다고 했지만
앞구르기하는 분위기는 아니였는지
절제된 유머와 진행을 도맡았고
현승이는 또렷한 음성으로
전달력이 상황 판단력이 뛰어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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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었던 분위기가 점차 사그라들고
다정다감해지는 시점,
현승이와 승호, 그리고 각 모둠의 호스트들이 유연한 진행으로 가능했던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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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보다 준비시간이 부족했지만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똑똑하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던
신고 친구들에게 정말 고마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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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은 매트 위에, 우리는 바닥에,
자연스럽게 바닥에 앉아 있던
매너 좋은 오현고 학생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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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이 리드할 때 3학년이 도와주는
분위기는 정말 좋았지,
기다려주고 경청하는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인데
그것도 잘 해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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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친구들이 준비한 책을 소개하는 시간,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는 신성여고 친구들,
역시 다정한 시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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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피엔스 클럽 세미나를 통해 느낀 점이 정말 많았다. 일단 원래부터 계획되었던 만남이 아니어서 준비시간도 길지는 않고 토의할 주제와 관련한 부분만 집어서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을 발췌독을 하고 학생들과 저출산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학생들이 경청은 물론이고 말도 다들 너무 잘해줘서 내가 짧은 시간동안 머리를 짜내서 생각해낸 의견이 초라해 보일만큼 듣는 재미가 있었고 배울만한 것들이 많은 뜻깊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선후배 가릴 것 없이 이렇게 토의를 하면서 의견을 나누고 각자의 입장을 들어보는 기회가 그렇게 흔치는 않을텐데 이렇게 좋은 기회를 얻어 기뻤고 누구도 빠짐없이 자신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말하면서 참여하는 분위기가 정말 좋았던 것 같다. 처음엔 별 흥미없이 그냥 가서 몇 마디나 나누고 와야지 하고 갔는데 얻어오는 게 정말 많고 돌아볼 수 있는 추억이 생긴 것 같다. 추가로 내가 추천해준 책을 가져간 친구가 책을 맘에 들어했으면 좋겠다.” ohyun sapiens club 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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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친구들이 준비한
유년 시절에 감명깊게 읽었던 책. 누구에게 갔을지. 잘 읽어주면 좋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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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남은 단순히 학교 두 곳 학생들의 의견을 나눴다는 것에만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닌, 성평등적 사고가 요구되는 문제를 두 성별 모두의 입장에서 바라봤다는 점에서도 충분히 가치 있는 경험이었다. 아무래도 외부와 격리되어 집단이 형성된 남고에 속하고 있기 때문에 나한테도 분명 자기성별중심의 사고가 무의식적으로 조금은 묻어있을 것이라는것을 어느정도 감안하고 토의에 임했는데, 이번에 가장 크게 느낀것은 나만 이런 것이 아니라는것이다. 상대방측도 안타깝게도 동일한 상황이였다. 보편적인 경향성을 고려했을때, 치안문제에 대한 인식척도가 오고학생의 경우 통계치를 고려하는 경향이 강했으며 따라서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었다. (대한민국 치안수준이 세계 10위안에 들어간다는등의 예시)
반면 신성여고 학생의 경우 외부로부터 들은 정보나 사례에 기반하는 경향이 매우강했고, 실제로 내가 대한민국의 치안 상황을 근거로 이타적 산하 제한을 주장했을 때 같이 있던 신성여고 학생 4명중 3명이 내가 제시한 대한민국 치안 수준에 공감하지 못했다. 이들은 나와는 달리 통계치가 아닌, 부산돌려차기 사건, 대전 칼부림 사건 등등의 구체적인 사례를 근거로 제시했으며 이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공감하는 태도였다.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저렇다는 일반화가 쟁점이 아니다. 내가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아닌, 특정 성별로 폐쇄되었는가 였다. 신고와 오고의 유일한 공통점은 타 성별이 존재하지않는다는 것이었고, 양 쪽 모두 공정하고 평등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어느쪽이 옳고 그른지에 상관없이 보이지않는 양쪽 의견의 차이는 존재했고, 이를 대화를 통해 공유함으로써 서로의 관점을 알게되어서 흥미로웠다. 남녀공학에서 자란 학생들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있을까. 이또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ohyun sapiens club 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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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의 시작 전까지는 아무말도 못할 것 같아서 많이 걱정되었는데 막상 시작하고 나니 주제도 여러 의견 나올 수 있는 좋은 주제였고 팀장들도 원활하게 진행해서 내 생각을 편안하게 말할 수 있었다. 진화론과 저출산문제 모두 내가 평소 관심있던 분야가 아니였지만 이번 기회에 이기적 유전자도 읽어보고 저출산문제도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평소에는 학교에서도 모르는 친구와는 먼저 말 걸어주지 않으면 대화를 하지 못할 정도로 소극적인 편인데 이번에는 우리 학교에서 추진한 행사인 만큼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 놓았던 것 같다. 이번에는 평소 듣기 힘든 여학생의 의견도 들어볼 수 있었고 모두가 이 주제에 대해 공부를 해 온 상태라서 더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런 활동은 이번이 처음이고 앞으로 고등학교 생활에서 다시 하기 힘든 활동일텐데 흔치 않은 좋은 경험이였다고 생각한다.”
ohyun sapiens club 지용 |
지용이는 수업에서 만나서 알지, 늘 웃고 있는데 선한 결을 느낄 수 있는 친구지. 3학년 원이와 잘 맞을 것 같아서 모둠으로 구성하고 샘은 엄청 관찰을 하면서 돌아다녔는데 안들켰나 모르겠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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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장에 나오는 개념들을 읽으면서 우리가 다루기 어려운 주제들을 소주제 형식으로 깔끔하게 바꿔야 모둠장으로서 회의를 더 원활하게 이끌어갈수있다고 생각해서 주제를 정하는데 많은 시간을 썼고, 중간에 많이 수정도 거쳐서 저출산과 이타적 산아제한이라는 키워드를 엮어서 주제를 만들었다. 이 주제를 생각하고나서도 내 주제에 다른 친구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줄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지만, 토의에 들어가고나서부터 이 주제에 대해서 어떻게 내 의견을 말하면서부터, 의견취합을 어떤 쪽으로 이끌어야할지 등의 방식을 생각하면서 모둠장이 해야하는 일의 중압감을 견디는 연습이 된것 같다.
또한 신성여고 친구들과 오고2학년 친구들의 의견도 짧은시간에 쫓기며 생각해야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하고 주제를 관통하는 그런 수준높은 의견과 설명들이 많이 나와서, 내 주제에 더하여 "인서울 도시 쏠림현상"등 관점을 더 넓혀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주제를 가지고 많은 친구들이 돌아가면서 의견을 추가하니까 기존에 제시된 의견을 점점 메워가는 방식으로 주제에 대한 방식을 더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었다.
가장 크게 와닿은 점은 내가 어떻게 보면 이끄는 관점으로서 사소한 의견과 의견 사이의 정리, 시간 공백이 날 땐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발표할 때 정리는 어떤식으로 해야할지 리더쉽과 문제해결력, 그리고 자신감을 키우는 연습이 내가 고등학교 생활 이래로 가장 이런 것들을 깨닫게 해주는 활동이 된 것 같아서 이번 행사뿐만 아니라 다른 활동에서도 이런 능력을 많이 키워놔야 겠다고 생각했다.
ohyun sapiens club 규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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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찬이의 말하는 태도에 모두가 놀랐던 장면.
논리력과 물론 화법이 좋아서
듣는 이들에게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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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를 처음 접했던 고1에 책을 한 번에 이해하기 쉽지 않았고, 인간이 생존기계라는 말에 대한 충격만 남아있었다. 그럼에도 궁금했던 내용이 다음 세대에 유전자를 널리 퍼뜨리고 싶은 유전자의 생존기계인 우리는 왜 현재 최대한의 많은 아이를 낳으려 하지 않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가졌었다. 그 이유로 단순히 자기 자손에 대한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라는 것으로만 이해했었다. 하지만 내가 정말 궁금했던 것은 저출산 시대에 왜 우리는 최대한의 많은 아이를 낳지 않는가였다.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학교 친구들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바라본 저출산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듣고 싶었고 경험이 부족한 내가 이번 활동을 통해 여러 부문에서 성장하고 싶었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를 했었다. 이번에 진행한 인문과학 융합 독서토론은 이기적 유전자의 관점으로 저출산의 문제와 야기된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고 이에 국한하는 것이 아닌 한국에서 저출산 문제는 왜 발생했는지 더 나아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을 유도하고 자신의 생각을 간략히 정리하여 모두가 공유할 수 있도록 포스트잇에 붙이면서 다양한 의견을 분류하여 내용을 이해하고 정리하기에 좋았다. 또한 저출산 문제 해결로 부정적인 사례는 긍정적인 사례보다 3배 더 기억에 오래 남기에 긍정적인 게시물을 공유하는 캠페인이라던지 우리나라 사교육 폐해에 대한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 주제를 심화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활동이었다. 그리고 오현고 사회자가 토의를 진행하는 방법과 발표 후 내용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사회자가 된다면 목소리는 저정도 크기로 해야겠구나’, ‘저렇게 내용을 정리할 수 있어야 되겠구나’, ‘자리를 옮기는 방법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하면 더 이해가 잘 되겠구나’라는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신성여고 친구들의 소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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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이 너무 유명하지만, 동시에 어렵다는 사실도 누구나 알고 있어 한 번쯤 읽어보고 싶었지만 쉽게 도전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활동을 이기적 유전자를 읽어볼 기회 정도로만 생각하고 참여하였다. 활동 신청을 하고 책을 읽으면서도 내용이 너무 어려워, ‘과연 내가 이 내용으로 토론 및 토의를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계속해서 들었었다. 대규모 원으로 앉을 것이라 생각하고 솔직하게 그냥 이야기라도 듣다 오자고 가볍게 생각하였었다. 그러나, 가보니 그런 분위기가 아니여서 당황하였지만, 주제들이 책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어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주제들이어서 열심히 참여하였다. 또한, 소규모로 운영되어 모두가 균등하게 참여할 수 있던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번 활동을 통해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을 접해보고,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해볼 수 있어 유익했다.
-신성여고 친구들의 소감 😊 |
역시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가
맞는가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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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별이고 숲이었던 그날,
모두 그날의 기억으로 재밌고 의미있는
시절을 보내길 빕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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